총무원장 스님 '월초대종사 다례재' 추모사 전문
오늘 그 어느 법회보다 감회가 더욱 깊은 것은 저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봅니다. 근현대사의 거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잊혀지고 묻혀져가는 선사들의 사상과 원력을 각성하면서 되짚어보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하는 법회이기 때문입니다.
월초당 거연 대종사께서는 조선불교의 중흥조이신 서산 대사를 이은 조선 후기 연담유일 선사와 양대 산맥으로 지칭되는 백파긍선 선사의 법손상좌로서, 혜암보혜 선사를 이어 계행을 청정하게 지켜 선지식으로 추앙받은 환옹환진 선사의 문하에 15세에 출가하여 법맥을 이었다라고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종사께서는 1894년 갑오경장 때 승군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조선불교 마지막 남북한 팔도총섭과 내산섭리의 중임을 역임하셨습니다. 또한 1900년 서오릉에 원찰을 세우라는 고종의 명을 받고 총 26만 8천냥의 시주를 얻어 이곳 삼각산 수국사를 손수 창건하셨습니다.
동시에 화계사에 머무시면서 개화사상과 신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시고 재래의 불교를 타파하고 일본의 발달된 포교방식을 받아들여 한국불교를 혁신시키고 근대화하기 위해 이보담 이동인들과 뜻을 함께 하기도 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동대문밖에 위치한 수사찰 원흥사의 대법산이 되시어 전국 사찰을 관리하는 사사관리서를 두고 전국 사찰을 관장하시면서, 아울러 원흥사에 불교연구회를 설립하고 사찰토지가 속인의 학교에 빼앗기는 일이 일어나자 이 폐단을 막기위해 지금의 동국대 전신인 명진학교를 세워 이사장과 초대 교장을 역임하셨습니다. 이어서 원흥사가 폐사되자 전각 일부와 불화 불상 불구 일체를 봉선사로 옮겨 모시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개운사 대원강원을 후원하시면서 봉선사 홍법강원을 설립하기도 하는 등 대종사의 공덕이야말로 필설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할 것입니다.
1906년에는 봉선사의 교종판사가 되시어 줄곧 머무시면서 꾸준히 가람을 중수하시고 제자 양성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대종사께서는 한국 근대불교의 대선각자이셨고 당대 제일의 강백으로서 운허 용하 스님도 스님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모금의 물을 마시더라도 그 근원을 생각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팔도도총섭으로서 호국불교를, 명진학교설립 개운사 봉선사 강원설립 등 후학 양성으로 불교 교학의 정립과 포교의 선진화, 전국 사찰관리 관장, 수국사 원흥사 창건, 화계사 개운사 봉선사 중창 등 헤아릴 수 없는 대종사의 행적을 반추하여 오늘 추모제에 함께한 우리 후학들이 항상 흠모하는 마음으로 되새겨야 할 문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수국사는 창건 이래 민족의 명운에 따라 흥망성쇄를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근년에 호산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여 월초 대종사의 가람수호와 홍법의 원력을 이어받아 가람을 일신하고 그 사격을 현격히 높히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대종사의 89주기 추모다례를 맞이하여 자칫 망실되고 잊혀 질 뻔했던 삼각산 수국사비를 이운하여 여법하게 모시게 된 데에는, 호산 스님의 명안이 발휘된 기막힌 인연이 닿은 가히 천행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각산 수국사비는 석전 박한영 대종사가 쓰신 비문으로서 월초 대종사의 행화(行化)와 수국사의 국찰(國刹)로서의 사격(寺格)이 기록된 소중한 불교유산입니다. 또한 국운이 기울던 황실과 내각의 정성이 깃들어 있고, 국가와 민족의 안녕을 염원하는 당대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역사연구의 소중한 사료이기도 합니다.
월초 대화상의 은사이신 환옹당(幻翁堂) 환진(喚眞) 대선사는 백양사 운문암의 백파(白坡) 대선사의 손상좌로서 구한 말 선지식이신 구암사(龜巖寺)사문 석전 박한영 스님이 백파 선사의 강맥(學脈)을 이으셨고 또 그 전강 제자에 운허 대강백이 계시니, 이러한 깊은 법연사가 수국사 창건 비석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저 또한 연담 선사의 대흥사 백양사, 백파 선사의 봉선사 선운사 도선사 백양사, 이 다섯 본사의 연백문도 일원으로서 그 깊은 법연이야말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되새겨 보는 소중한 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옛 인연을 이어 새 인연을 이어가는 호산 스님의 깊은 효행(孝行)과 원력에 격려와 감사의 뜻을 전하는 바입니다. 또한 향후 월초 대화상에 관한 연구가 더욱 진작되어 수행과 교화의 사표이신 큰스님의 크신 뜻이 더욱 선양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종단 차원에서도 적극 후원토록 하겠습니다.
오늘 추모제에 참여한 사부대중 모두, 월초 거연 대종사님의 불교중흥과 대비원력을 본받아서 더욱 용맹정진할 것을 간절히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거룩한 법석에 참여한 사부대중 모두의 법체 청안을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불기2567(2023)년 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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