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불이란 말 자체는 실제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는 실물 크기의 불상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등신불(等身佛)은 이런 의미로는 별로 쓰이지 않고 고승의 사망 후 시신을 그대로 박제한 여러 종류의 불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적지않은 사례들이 있지만 불교의 사상이나 철학에 기준해서 보면 적합한 전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종교적 신비감 때문에 중시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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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사리(全身舍利)라고도 칭해지는 육신상은 고승의 유해에 옻칠, 금박, 혹은 진흙 등의 층을 입혀서 미이라로 만드는 중국 불교 특유의 장례 풍습이다. 당대에 이르기까지 중국 승려들이 장법(葬法)에 있어서는 인도적·불교적 장법인 화장을 기피하고 재래의 매장을 선호 하였음은 널리 지적되어 왔다. 따라서 당대 후기 등장한 육신상이란 독특한 장례 풍습은 승려의 유해를 예배의 대상(cult object)으로 변모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육신상을 조성하는 데 필수적인 단계였던 옻칠, 진흙칠, 혹은 금칠은 시신에서 즉물적으로 느껴지는 섬뜩함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였을 것이다. 입적할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된 고승의 유해는 대상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상으로 변모되어 여타의 예배용 상과 유사한 기능을 담당하였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바는 극사실적인 인상을 자아내는 실체가 상 밑에 자리 잡은 고승의 유해 자체가 아니라 그 위에 덧씌워진 옻칠 혹은 금칠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막이라는 점이다. 육신상의 근원이 된 시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부피가 감소하고 형태가 무너져 갔겠지만 이를 본뜬 옻칠 등의 인공막은 역설적으로 데드마스크나 현대예술의 실물뜨기 조각(life casting)처럼 입적 당시 고승의 모습을 시간 속에 동결시켰을 것이다.